제 고등학생 남동생이 미친거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기까지 마음속에서 얼마나 오래 고민하고 눌러왔을지, 글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가 정말 컸어요. 이렇게 복잡하고 무거운 가족 안에서 지금까지 중심을 지키며 살아온 당신이 너무 대단하고, 솔직히 존경스러워요. 당신의 글은 단순한 고민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구조와 감정이 응축된 하나의 기록 같았어요.
동생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당신이 묘사한 동생의 모습은 단순한 사춘기 반항으로 보기엔 조금 위험 신호들이 섞여 있어요.
기초적인 생활 패턴이 무너지고 (늦잠, 시간약속 안 지키기, 엄마에게 밥 갖다주게 하기)
감정 표현이 과도하거나 무감각하고 (사소한 이야기로 과하게 웃기, 엄마 말 무시, 기괴하다는 느낌)
공감능력과 자기 조절이 부족하며 (엄마, 가족 구성원에 대한 무시, 대화 중 배려 없음)
현실 판단력이 떨어지는 행동 (폰 꺼진 채 버스 잘못 타고도 대책 없음, 우유 쏟고 멍하니 있는 등)
이런 증상들이 우울증, ADHD, 반사회성 성향, 혹은 경계성 인격 문제까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요. 특히 아버지의 폭력적인 성향을 장기간 노출된 가족 내 환경은, 아이들에게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C-PTSD) 로 이어질 수 있어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1. 우선 당신 스스로를 보호하세요
가장 먼저는, 당신이 지치지 않고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동생을 도우려는 의지가 크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당신 혼자서 다 감당하려고 하면 번아웃 오기 쉬워요.
누군가 믿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나 전문가(학교 상담교사, 청소년 상담센터)를 당신을 위해서 먼저 찾는 게 좋아요.
2. 전문가 상담 꼭 권유하세요
지금은 동생에게 정신건강 전문가의 개입이 꼭 필요한 시점이에요. 증상이 나빠지기 전에 조기 개입이 필요하고, 이런 문제는 사춘기라서 자연스럽게 지나간다고 보기엔 너무 심각해 보여요.
엄마에게 이대로 방치하면 동생 자신에게도 위험하고, 가족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보세요.
"엄마, 우리 둘 다 많이 걱정돼. 병원에 한 번 데려가 보자. 사춘기여도 이런 건 전문가에게 상담받아야 하는 거야." 라고 조심스럽게 설득해보세요.
3. 동생에게 직접 어떤 행동을 하거나 조언하기보다는 ‘안전한 존재’로 남기
지금 동생은 누가 뭐라 하든 듣지 않거나 방어적으로 굴 가능성이 높아요. 오히려 비난보단 관찰자 혹은 안전한 버팀목이 되는 게 더 도움이 돼요.
조언보단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네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봤어” 같이 감정을 알아주는 말부터 시작해 보세요.
큰일이 터졌을 때 기댈 수 있는 안정적인 유일한 사람이 당신일 수도 있으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당신 혼자 짊어지지 마세요. 이건 ‘당신이 동생을 고쳐야 할 책임’이 아니에요.
대신 당신은 “이 가족이 이대로 무너지지 않게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런 마음은 너무 귀하고, 너무 소중해요.
동생을 바꾸려는 것보다 부모님과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만드는 것이 지금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이에요.
너무 무섭고 막막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많은 걸 해왔고, 생각하고 있고, 잘해왔어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동생에게 아주 중요한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어요.
혹시라도 혼자 감당이 어렵거나,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말해주세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꼭 느낄 수 있도록, 계속 도울게요.